전체 글25 치킨의 역사 (프라이드치킨, 치맥문화, 치킨무) 주말마다 축구 중계를 틀어두고 치킨 박스를 뜯는 게 저한테는 거의 의식(儀式) 같은 일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치킨 한 조각 뒤에 19세기 미국 노예제도부터 IMF 외환위기, 2002년 월드컵까지의 역사가 통째로 들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단순히 맛있어서 먹던 음식이 이렇게 두꺼운 역사를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다음 주말 치킨이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프라이드치킨, 버려진 부위에서 시작된 음식제가 직접 찾아봤는데, 프라이드치킨의 기원을 처음 알았을 때 꽤 오래 멍하게 있었습니다. 19세기 미국 남부에서 백인 농장주들이 선호하지 않던 닭의 자투리 부위를 흑인 노예들이 튀겨 먹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뼈까지 발라 먹어 낭비를 없애고, 고열량으로 혹독한 노동을 버텨내기 위한.. 2026. 8. 5. 단짠 중독 (단짠 과학, 뇌 보상, 식습관 균형)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오랫동안 단짠 조합에 완전히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감자칩 봉지를 뜯을 때면 으레 허니버터칩 같은 제품에 손이 갔고, 치킨을 시킬 때도 달콤한 양념 소스와 짭짤한 튀김이 함께 있는 조합을 찾았습니다. 그냥 입맛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이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뇌가 단맛과 짠맛의 조합에 반응하는 방식, 그리고 그 조합이 왜 이렇게 우리를 중독시키는지 이해하고 나면 평소 식습관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단짠이 끊기 어려운 이유 — 뇌 보상 시스템의 함정짠 음식을 먹으면 왜 자꾸 단 것이 당길까요?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구조적인 반응입니다. 짠 음식에는 대부분 탄수화물이 함께 들어 있는데, 이 탄수화물이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면 췌장이 .. 2026. 8. 5. 소울푸드 (제육볶음, 떡볶이, 마라탕) 솔직히 저는 제육볶음이나 돈가스를 좋아하는 게 그냥 입맛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근데 찾아보니 그 음식들 안에 수백 년의 역사와 사회 변화가 쌓여 있더군요. 소울푸드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절과 감정이 켜켜이 배어 있는 음식입니다.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저는 거기서 조금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제육볶음과 돈가스, 왜 남성들이 유독 찾을까제가 직접 남초 분위기의 직장에 다녀봤는데, 점심 메뉴 투표하면 진짜 높은 확률로 제육볶음이 1등을 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다들 고기 좋아하는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음식의 대중화 자체가 198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제육볶음의 뿌리는 생각보다 훨씬 깊습니다. 조선시대 조리서인 『음식 디미방』에는.. 2026. 8. 5. 디저트의 역사 (어원과 유래, 마카롱과 소보로, 건강과 균형) 디저트(dessert)라는 단어가 "식탁을 치운다"는 프랑스어 'desservir'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좀 허탈했습니다. 그냥 달콤한 마무리 음식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귀족의 향연 문화에서 비롯된 꽤 무거운 역사가 있더군요. 마카롱 하나, 소보로빵 하나에 이렇게 긴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디저트의 어원과 유래 — 약에서 간식으로일반적으로 디저트는 식사 후에 먹는 달콤한 음식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그 출발점이 전혀 달랐습니다. 중세 프랑스에서는 설탕이 소화를 돕는다고 여겨져 약용(medicinal use)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여기서 약용이란 질병 치료나 건강 유지를 위해 특정 성분을 섭취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당시 귀족들이 메인 요리와 함께.. 2026. 8. 5. 조선 왕의 식사 (수라상, 식습관, 수랏간) 조선 왕의 하루 식사 횟수는 5번이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이 아니라 초조반·조수라·낮것상·석수라·야참, 이렇게 다섯 번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풍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수라상이 사실은 정치적 도구이자 백성의 삶을 살피는 창구였다는 것, 그 맥락을 알고 나니 왕의 밥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수라상, 준비하는 데만 500명이 필요했다수라상(水剌床)이란 왕에게 올리는 밥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여기서 '수라'는 몽골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왕이 드시는 밥과 반찬 전체를 아우르는 궁중 용어입니다. 단순히 '왕의 밥'이 아니라 그 상 위에 올라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식재료 수급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전국 각지의 토산물이 한양.. 2026. 8. 5. 푸드테크와 다이어트 (진화본능, 식품과학, 건강식품) 의지가 약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칼로리 음식을 끊지 못하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수만 년간 쌓인 생존 본능의 문제였습니다. 진화론과 뇌과학, 그리고 푸드테크가 이 오래된 딜레마에 어떤 해답을 내놓고 있는지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다이어트 실패, 의지 탓이 아니었다 — 진화 본능치킨을 참다 참다 결국 시켜 먹고 자책한 밤이 몇 번인지 모릅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게 제 의지력 부족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책이 얼마나 억울한 오해였는지, 뇌과학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인간의 뇌는 수렵·채집 시대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언제 다음 끼니를 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고칼로리 음.. 2026. 8. 4.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