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5 부산 깡통시장 이북식 순대 (이북식 순대, 막창 순대, 순대전골) 솔직히 저는 순대라는 음식을 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면이 가득 들어가고, 소금이나 새우젓에 찍어 먹는 그 음식 말입니다. 그런데 부산 깡통시장의 한 순대 가게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제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이 순대의 극히 일부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68년 전통의 이북식 순대, 당면 한 가닥 없이 삶은 감자와 찹쌀밥으로 속을 채운다는 이야기는 제 머릿속 순대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이북식 순대가 일반 순대와 다른 이유제가 처음 이 가게의 제조 방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순대 맞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순대 하면 당면(유리면)을 속 재료의 중심으로 쓰는데, 여기서는 당면을 아예 쓰지 않습니다. 당면이란 고구마나 녹두 전분을 가공해 만든 면으로, 저렴하고 양을 늘리기 좋아 .. 2026. 8. 10. 함평 육회비빔밥 (당일도축, 온도관리, 돼지비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육회비빔밥을 수십 번 먹어봤지만 그 안에 70년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함평 한우 당일도축부터 그릇 예열, 돼지 비계까지 — 한 그릇에 이렇게 많은 기준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나니, 제가 그동안 얼마나 무심히 비벼왔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당일도축 — 맛은 결국 재료 선택의 문제입니다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육회의 품질 차이는 냉장 보관 하루 만에도 눈에 띕니다. 색이 탁해지고 결이 흐물거리기 시작하죠. 그래서 함평의 이 식당이 고집하는 '당일도축' 원칙이 얼마나 까다로운 기준인지 처음 알았을 때 적잖이 놀랐습니다.이 식당에서는 매일 그날 도축한 함평 암소만을 사용합니다. 특히 앞다릿살 같은 육회에 적합한 부위를 직접 선별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앞.. 2026. 8. 9. 여름 보양 면 요리 (어탕국수, 복어칼국수, 밀면) 더운 날씨에 입맛이 뚝 떨어지면 대충 끼니를 때운 적, 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보양식이라고 하면 으레 삼계탕이나 장어만 떠올리던 저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민물고기를 뼈째 갈아 끓인 어탕국수, 전문 자격증이 필요한 복어칼국수, 소꼬리찜과 함께 비벼 먹는 밀면까지 — 각 지역마다 수십 년을 이어온 보양 면 요리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60년 손맛이 담긴 어탕국수, 이게 진짜 여름 보양식이었습니다충청북도 영동에 6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식당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시어머니가 강변에서 직접 잡은 민물고기로 어죽을 끓여 팔던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한 그릇이 지금의 어탕국수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음식이.. 2026. 8. 9. 전어 활용법 (젓갈 담기, 구이 노하우, 식욕 증진) 전어는 가을에만 맛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름철 입맛이 뚝 떨어졌을 때 전어 젓갈 한 숟갈이 밥 한 공기를 비워버린다는 말을 듣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전어를 구워 먹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많이 잡히는 시기에 손질해 젓갈로 담가두면 겨울 내내 밑반찬으로 쓸 수 있다는 생활의 지혜가 생각보다 훨씬 실용적이었습니다. 여름 전어 젓갈, 왜 지금 담가야 할까요?전어가 제철을 맞아 많이 잡히는 시기에 젓갈을 담가두는 것, 솔직히 처음에는 번거로운 일처럼 보였습니다. 그냥 그때그때 사다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찾아보고 나니 이유가 분명하더군요.전어 젓갈은 발효 식품의 일종입니다. 여기서 발효(醱酵, fermentation)란 미생물이 염.. 2026. 8. 8. 귀순 할머니 빈대떡 (반죽, 장인정신, 가족경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막걸리 한 잔과 빈대떡이 생각나는 건 그냥 입맛의 문제라고만 여겼는데, 81세 귀순 할머니가 4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온 빈대떡 가게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음식에는 단순한 맛이 아니라, 그걸 만들어온 사람의 삶 전체가 녹아 있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반죽이 전부다 — 수십 년이 만든 감각제가 직접 녹두빈대떡을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레시피대로 따라 했는데도 반죽이 너무 묽어서 팬에 퍼져버리거나, 반대로 뻑뻑해서 속이 잘 익지 않는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그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반죽의 수분 함량을 감각으로 조절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할머니는 물 조절과 반죽 상태를 척하면 척 알아챈다고 합니다. 이건 단순한 숙련도의 문제.. 2026. 8. 8. 원조 어머니 식당 (돼지 김치구이, 손맛 전수, 50년 전통) 솔직히 저는 50년 된 식당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오래된 거 아닌가?" 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식당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무쇠 팬 위에서 버터와 함께 지글거리는 돼지 앞다릿살, 50년간 단 한 번도 레시피를 바꾸지 않은 비법 소스. 오래됐다는 것이 곧 '증명됐다'는 뜻이라는 걸, 이번에야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돼지 김치구이가 50년을 버틴 진짜 이유제가 처음 이 식당의 조리 과정을 봤을 때 눈에 꽂힌 건 무쇠 팬이었습니다. 무쇠 팬(cast iron pan)이란 열 보존력이 일반 코팅 팬보다 월등히 높아, 고기 표면을 빠르게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으로 끌어올리는 데 특화된 조리 도구입니다. 여기서 마이야르 반응이란 고온에서 단백질과.. 2026. 8. 8.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