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먹다가 문득 "예전에 먹던 그 맛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브랜드는 다 다른데 어쩐지 다 비슷한 맛이랄까요. 그러다 82세 할머니가 35년째 혼자 지켜온 치킨집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화려한 간판도, 세련된 인테리어도 없는 곳인데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저는 그게 왜인지 꽤 오래 생각했습니다.

35년 손맛이 만든 치킨, 그 안에 담긴 시간
할머니의 치킨 손질 방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양파즙이었습니다. 닭을 손질한 뒤 양파즙을 듬뿍 넣어 잡내를 잡는다고 하는데, 이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과학적인 방식입니다.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마이야르 반응이란 단백질과 당분이 열을 만났을 때 일어나는 화학 반응으로, 고기가 갈색으로 변하면서 풍미가 깊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양파에 들어 있는 당 성분이 이 반응을 촉진해 닭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할머니가 이 원리를 알고 썼을 리는 없겠지만, 수십 년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최적의 방식을 찾아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닭을 튀기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프랜차이즈 치킨집 대부분은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이 있는 전기 튀김기를 씁니다. 정해진 온도에서 정해진 시간을 맞추면 일정한 결과물이 나오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가마솥에서 직접 기름 상태를 눈으로 보면서 닭을 튀깁니다. 이른바 직화 튀김 방식인데, 가마솥 특유의 높은 열용량 덕분에 기름 온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바삭한 튀김옷이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을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가마솥 튀김이 전통적인 방식이고 바삭함을 잘 살린다는 건 맞는 말이지만, 기름 산화도(acid value)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름 산화도란 식용유가 열과 공기에 의해 산화된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수치가 높아지면 튀김 맛이 나빠질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튀김용 기름의 산가(acid value) 기준을 2.5 이하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손맛은 살리되, 이런 기준은 함께 지켜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된 치킨은 신문지에 포장해서 내어줍니다. 이 장면을 보고 저도 어릴 때 기억이 났습니다. 닭을 신문지에 싸서 나눠 먹던 그 방식이요. 추억을 자극하는 건 분명한데, 한편으로는 신문 인쇄에 사용하는 잉크 성분이 식품과 직접 닿는 것이 위생적으로 적절한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신문지 아래 기름종이를 깐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추억의 감성과 현대적 위생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방법도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치킨집의 손맛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할머니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혼자 가게를 지켰고, 자식을 키우기 위해 농사와 병행하며 닭 장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긴 시간이 음식 안에 녹아 있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 양파즙으로 잡내 제거 — 35년간 이어온 손질 비법
- 가마솥 직화 튀김 — 높은 열용량으로 바삭한 식감 구현
- 신문지 포장 — 추억의 감성은 살리되 위생 기준 병행 필요
- 닭발·닭똥집 포함 — 한 마리를 최대한 푸짐하게 내어주는 방식
추억과 위생 사이, 오래된 치킨집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양념치킨의 양념 비법은 남편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음식 정체성을 지켜온 방식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비밀 유지가 아니라 음식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이 거기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맛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곳의 양념은 맵거나 달지 않고 담백하면서 고소한 편이라고 합니다. 요즘 양념치킨 시장은 스코빌 지수(Scoville Heat Unit)가 높은 극강의 매운맛 제품들이 트렌드인데, 여기서 스코빌 지수란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 농도를 수치화한 척도로 숫자가 높을수록 더 맵다는 의미입니다. 이 가게의 양념은 그런 자극적인 방향과는 반대편에 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게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원조"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양념치킨의 시작을 한 가게로 못 박는 건 음식의 역사가 실제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고려하면 무리가 있습니다. 식품문화사적으로 보면 특정 음식은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자생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고, 한 가게가 단독으로 특정 음식의 기원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래 운영해온 가게라는 것과 어떤 음식의 최초라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음식문화 아카이브).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볼 때 감동적인 서사만 소비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82세에 기름 앞에서 닭을 튀기는 장면을 보며 "대단하다"고만 느끼는 것과, 그 나이에 그렇게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를 함께 보는 것은 다릅니다. 물론 할머니 본인이 일에서 보람과 활력을 얻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고령 자영업자의 노동 환경을 무조건 감동으로만 포장하는 시선은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가게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맛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테이블 하나 변변히 없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치킨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 오랜 시간 이곳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온 손님들,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을 남기려고 방송 촬영을 기뻐한 가족의 모습. 이런 장면들은 음식이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인상은 맛 자체보다 오래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마솥 튀김이 일반 튀김기보다 더 바삭한가요?
A. 가마솥은 열용량이 커서 닭을 넣었을 때 기름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덕분에 튀김옷이 빠르게 굳으면서 바삭한 식감이 살아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자동 튀김기와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각각의 방식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신문지에 치킨을 싸면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나요?
A. 추억을 자극하는 방식인 건 맞지만, 신문 인쇄 잉크가 식품과 직접 닿는 것이 위생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름종이를 먼저 깔고 신문지로 외부를 감싸는 방식이라면 직접 접촉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고, 실제로 이 가게는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양념이 맵지 않으면 밋밋하지 않나요?
A. 요즘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처음엔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담백하고 고소한 양념이 어린이나 어르신처럼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순한 맛'이 오히려 질리지 않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양념치킨의 원조가 한 가게라고 볼 수 있나요?
A. 원조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 음식이 한 가게에서 시작됐다고 보기보다는, 여러 지역과 가게에서 비슷한 시기에 발전해온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 운영해왔다는 것과 특정 음식의 최초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로, 역사적 근거 없이 원조로 단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결론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결국 이 질문이었습니다. 오래된 음식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 맛 자체인지, 그 음식에 쌓인 시간인지, 아니면 그 음식을 기억하는 사람들 때문인지.
세 가지 모두라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할머니의 치킨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삭한 튀김옷이나 담백한 양념만이 아닙니다.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 수십 년의 역사가 되고, 그 음식을 먹은 손님들의 추억까지 더해진 결과입니다.
다만 그 감동 뒤에 있는 것들, 즉 고령 노동의 고단함, 위생 기준의 현대화, 원조라는 표현의 근거까지 함께 살펴보는 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추억은 지키되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 그게 오래된 가게가 진짜 오래 사랑받는 방식이라고 저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