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가 맛있는 이유가 재료 때문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43년째 꽈배기를 만들어온 임춘식 씨의 가게를 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밀가루, 소금, 마가린. 누구나 아는 평범한 재료인데, 왜 이 꽈배기만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는 걸까요. 그 답은 재료 목록이 아니라, 사람의 손과 시간에 있었습니다.

손반죽 비법: 기계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
솔직히 처음엔 '손반죽이냐 기계반죽이냐'가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과제빵 분야에서는 스파이럴 믹서(Spiral Mixer)처럼 고성능 기계 반죽 장비가 오히려 글루텐 형성을 균일하게 해준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여기서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과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망상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반죽의 탄력과 쫄깃함을 결정하는 핵심 성분입니다. 그런데 임춘식 씨는 기계 반죽은 뻣뻣하고 맛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43년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 한마디가 처음에는 고집처럼 들렸지만, 이유를 들어보니 달랐습니다.
손으로 반죽하면 힘의 방향과 강도를 매 순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반죽이 어느 정도 뭉쳐지는지, 탄성이 충분한지를 손바닥으로 직접 느끼면서 조율하는 것이죠. 그렇게 완성된 반죽은 30분간 발효 과정을 거칩니다. 발효(醱酵)란 이스트나 효소가 반죽 속 당분을 분해하면서 가스를 발생시키는 과정으로, 이때 반죽 안에 작은 기포가 촘촘하게 생겨 튀겼을 때 바깥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 만들어집니다. 임춘식 씨가 "반죽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표현하는 게 바로 이 발효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인상적으로 본 건 그다음 동작이었습니다. 반죽을 공중에 띄운 채 한 번의 손놀림으로 꽈배기 형태를 만드는 이른바 '공중 꽈배기' 기술입니다. 도마나 작업대에 반죽을 올려놓고 꼬면 반죽이 눌리면서 내부 기포가 찌그러집니다. 반죽의 숨이 죽는 거죠. 공중에서 꼬아야 기포 구조가 그대로 살아 있어, 기름에 넣었을 때 빠르게 떠오르고 바삭하게 튀겨집니다. 단순해 보이는 동작 하나에 이런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저는 꽈배기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세 번째 비법은 반죽 무게의 균일성입니다. 임춘식 씨는 저울을 쓰지 않고 손의 감각만으로 반죽을 40g에 맞춥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무게가 일정해야 튀김 시간과 기름 온도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그래야 매번 같은 식감의 꽈배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이 눈을 감고 만들어보라고 요청했을 때도 흔들림 없이 일정한 형태가 나왔습니다. 이건 손재주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몸에 새겨진 근육 기억(Muscle Memory)에 가깝습니다. 쉽게 말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움직이는 상태입니다.
국내 식품업계 통계를 보면, 소규모 전통 식품 가게의 평균 영업 연수는 7년 미만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출처: 통계청). 그런 환경에서 43년을 한 품목으로 버텨온 것 자체가, 기술의 완성도를 증명하는 셈입니다.
- 손반죽: 글루텐 형성과 반죽 탄성을 손으로 직접 조율 —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감각 작업
- 30분 발효: 기포 형성으로 튀겼을 때 바삭·쫀득한 식감 완성
- 공중 꽈배기: 반죽 내부 기포를 죽이지 않고 모양을 잡는 핵심 기술
- 40g 균일 무게: 저울 없이 손 감각으로 맞추는 근육 기억의 결과
- 3시간 이내 완판 원칙: 반죽 상태가 최적일 때만 판매, 재고 남기지 않음
가족 운영의 온기, 그리고 냉정하게 봐야 할 것들
임춘식 씨의 가게에서 제가 따뜻하게 느낀 장면이 있습니다. 아내가 튀김을 담당하고, 막내딸·아들·며느리까지 함께 반죽을 빚는 모습입니다. 가게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가족의 하루가 시작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들이 안정된 직장을 두고 아버지에게 기술을 배우겠다고 가게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쉬워 보였던 일이 막상 해보니 전혀 달랐다고 했는데, 어떤 일이든 겉으로 보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그만한 간극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오후 3시 이후 그날 만든 물량이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는 운영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려 맛을 희생하기보다, 자신이 정한 품질 기준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원칙을 수십 년 동안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더 팔 수 있는 상황에서 먼저 문을 닫는 건 단기 수익을 포기하는 결정이니까요. 그런데 바로 그 포기가 장기적으로 손님의 신뢰를 쌓는다는 것을, 43년이라는 시간이 보여줍니다.
다만 저는 이 가게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몇 가지 현실적인 부분을 짚어두고 싶었습니다. 아내가 무릎 수술을 받은 뒤에도 일손이 부족해 계속 가게를 돕고 있다는 대목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의 헌신으로 운영이 유지되는 구조는 따뜻해 보이지만, 동시에 인력 운영의 취약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업(家業)을 오래 이어가려면 가족의 희생에만 기대는 방식보다, 적절한 인력을 확보하고 역할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구조를 바꿔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마가린 사용에 대한 부분도 제 나름의 생각이 있습니다. 마가린은 식물성 유지를 가공해 만든 유화유지(乳化油脂)로, 쉽게 말해 버터 대신 쓰이는 가공 지방입니다. 제품마다 트랜스 지방 함량이나 첨가물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마가린을 어떤 비율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과 전통도 중요하지만, 현대의 소비자는 재료의 투명성도 함께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가 식품 구매 시 고려하는 요소 중 원재료 정보 확인이 지속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손반죽이 기계보다 낫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저는 절대적으로 동의하기보다는 '이 가게의 방식에서는 그렇다'고 읽고 싶습니다. 반죽의 품질을 좌우하는 건 손이냐 기계냐의 문제가 아니라, 발효 조건과 조리 과정을 얼마나 일관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임춘식 씨의 손반죽이 좋은 이유는 손이기 때문이 아니라, 43년 동안 그 손이 반죽의 상태를 정확하게 읽어왔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천시장 꽈배기는 몇 시에 가야 살 수 있나요?
A. 이른 아침부터 손님이 찾아오고, 오후 3시 이후 당일 물량이 소진되면 문을 닫습니다. 늦게 방문하면 품절인 경우가 많으니 오전 중 방문을 권장합니다. 완판 후에는 추가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 이 가게의 원칙입니다.
Q. 손반죽이 기계반죽보다 정말 맛있나요?
A. 손반죽 자체가 기계보다 무조건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반죽의 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일관되게 관리하느냐입니다. 임춘식 씨의 경우, 43년간 손으로 반죽하며 축적된 감각이 일정한 품질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Q. 꽈배기 말고 다른 메뉴도 있나요?
A. 꽈배기 외에도 찹쌀도넛, 팥 도넛 등 다양한 튀김 간식을 함께 판매합니다. 튀겨낸 뒤 설탕을 입혀 마무리하는 방식은 꽈배기와 동일합니다. 이 역시 매일 완판되는 메뉴들입니다.
Q. 꽈배기 발효는 왜 중요한가요?
A. 발효 과정에서 반죽 내부에 기포가 형성되고, 이 기포가 튀김 시 바삭한 겉과 쫀득한 속을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발효가 부족하면 반죽이 뻣뻣해지고, 기름에 넣었을 때 바로 뜨지 않아 속이 덜 익거나 기름을 과하게 흡수하게 됩니다. 30분이라는 발효 시간이 식감의 핵심입니다.
결론
이번에 영천시장 꽈배기 이야기를 접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꾸준함의 설득력'이었습니다. 43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건 레시피가 아니라, 반죽의 상태를 손으로 읽고 무게를 감각으로 맞추며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품질을 내놓는 능력이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시장이나 학교 앞 분식집에서 갓 튀긴 꽈배기를 사먹던 기억이 있는데, 그 맛이 특별했던 이유가 이제야 조금 이해됩니다.
한편으로는 진정한 장인정신이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은 지키되, 재료 정보의 투명성이나 가족 구성원의 건강과 휴식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도 함께 챙길 수 있다면 이 가게는 단순한 노포를 넘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영천시장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저는 오전 일찍 들러볼 생각입니다. 아마 줄이 길겠지만, 그 줄 자체가 이미 하나의 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