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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된장찌개 노포 (정성, 지속가능성, 원가관리)

by bestitemguide 2026. 8. 18.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김치찌개 한 그릇에 연간 4,500포기 김장, 하루 돼지고기 100kg. 숫자만 봤을 때는 그냥 규모 큰 식당이겠거니 했는데, 그 뒤에 붙은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막노동으로 자녀 셋을 키우면서도 재료를 타협하지 않은 김치찌개 부부 사장님, 그리고 83세에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며 17가지 반찬을 6,000원에 내놓는 할머니. 두 식당 모두 정성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뒤가 복잡한 이야기였습니다.

 

직접 담근 김치와 특수부위, 맛의 구조를 뜯어보니

제가 직접 여러 김치찌개 집을 다녀보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같은 돼지고기, 같은 묵은지를 써도 집집마다 맛이 전혀 다릅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한참 궁금했는데, 이 식당 이야기를 보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습니다.

이 집이 쓰는 김치는 시판 김치가 아닙니다. 연간 4,500 포기를 직접 담급니다. 여기서 '묵은지 숙성도(fermentation maturity)'가 중요한 개념인데, 쉽게 말해 김치가 얼마나 오래, 어떤 환경에서 발효됐느냐에 따라 찌개 국물의 산미와 깊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판 김치는 배송과 유통 과정에서 숙성 상태가 제각각이라 매번 같은 맛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직접 담가서 쓴다는 건 이 변수를 없애겠다는 선택입니다.

돼지고기 역시 국내산을 하루 100kg 씁니다. 그런데 제가 인상적으로 본 건 양보다 부위입니다. 일반적인 앞다리살이나 삼겹살만 쓰는 게 아니라 항정살 같은 특수부위를 함께 씁니다. 항정살은 돼지 목 부위에 위치한 근육으로, 지방이 근육 사이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가열해도 육즙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찌개처럼 오래 끓이는 조리 방식에서 이런 부위를 쓰면 고기가 퍽퍽해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좋은 재료를 많이 쓴다"가 아니라 왜 그 부위인지를 알고 쓴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 방식이 마냥 이상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원가율(cost ratio) — 즉 매출 대비 재료비 비중 — 이 높아지면 수익 구조가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김치와 돼지고기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시기에는 압박이 상당할 겁니다. "재료 좋으면 무조건 성공"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좋은 재료를 쓰면서도 원가를 관리하는 균형이 없으면 오래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국내 자영업 폐업률은 창업 5년 이내 기준 절반을 넘습니다(출처: 통계청). 좋은 맛만으로 버티기엔 외부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 연간 4,500포기 직접 담근 김치 → 숙성도 일정하게 통제, 맛의 균질성 확보
  • 국내산 돼지고기 하루 100kg + 항정살 등 특수부위 → 오래 끓여도 육즙 유지
  • 코로나19 시기에도 재료·맛 타협 없이 유지 → 단골 신뢰 기반 형성
  • 원가율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재료 품질 유지의 지속가능성에 한계 가능
요약: 직접 담근 김치의 숙성 통제와 항정살 같은 특수부위 선택이 맛의 핵심이지만, 높은 원가율이 장기 운영의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83세 할머니의 된장찌개 백반, 감동과 현실 사이

제가 이 부분을 보면서 가장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훈훈한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생각할수록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83세 할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서 장을 보고, 17가지 반찬을 손수 만들어 6,000원에 냅니다. 메뉴는 된장찌개백반 단 하나, 점심 한 끼만 영업합니다. 단일 메뉴 집중 전략은 외식업에서 '메뉴 엔지니어링(menu engineering)'이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메뉴 엔지니어링이란 메뉴 수를 줄이고 가장 수익성 높은 항목에 집중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식인데, 이 할머니의 경우 수익 계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하나에 집중한 결과가 우연히 그 효과를 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손님에게 많이 먹이고 싶다"는 할머니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 경험상, 이 말이 진심인 식당과 마케팅인 식당은 밥 한 숟갈 뜨면 바로 구분됩니다. 단골 손님과 격 없이 이야기하고 반찬을 더 챙겨주는 모습은 확실히 그 진심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번쯤 멈춰야 한다고 봅니다. 6,000원이라는 가격이 과연 17가지 반찬의 재료비와 할머니의 노동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겁니다. 외식업 원가 구조를 보면 통상 식재료비는 매출의 30~35% 선에서 관리해야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6,000원 기준이면 재료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은 1,800~2,100원 수준입니다. 17가지 반찬과 된장찌개 재료비가 그 안에 들어가는지는 솔직히 계산이 안 됩니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게 손님에 대한 인심"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가격을 현실에 맞게 올리더라도 가게가 더 오래 버티는 게 손님에게 더 나은 인심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83세라는 나이에 자전거로 시장을 다니는 부지런함은 진심으로 존경스럽지만, 그 노동의 강도가 지속 가능한 수준인지는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요약: 단일 메뉴 집중과 따뜻한 인심은 이 식당만의 경쟁력이지만, 6,000원이라는 가격이 실제 원가와 노동을 충분히 반영하는지는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김치찌개 맛집에서 항정살을 쓰는 이유가 뭔가요?

A. 항정살은 돼지 목 부위 근육으로, 지방이 근육 사이에 고르게 퍼져 있어 오래 끓여도 육질이 질겨지지 않습니다. 찌개처럼 장시간 가열하는 조리 방식에 특히 잘 맞는 부위입니다. 일반 삼겹살이나 앞다리살보다 원가는 높지만, 그만큼 식감 차이가 납니다.

 

Q. 된장찌개 백반이 6,000원인데 실제로 운영이 가능한 건가요?

A. 이 부분은 저도 의문입니다. 외식업 표준 원가율 기준으로 보면 6,000원 중 재료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은데, 17가지 반찬을 신선하게 매일 준비하면 그 기준을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할머니 본인의 노동을 비용으로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유지되는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Q. 직접 담근 김치와 시판 김치, 찌개 맛에 차이가 있나요?

A. 제 경험상 차이가 있습니다. 시판 김치는 유통 과정에서 숙성 상태가 일정하지 않아 찌개 국물의 신맛과 깊이가 매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직접 담근 김치는 숙성 환경을 통제할 수 있어 매번 비슷한 맛을 내기 유리합니다. 다만 직접 담그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아 모든 식당에 권장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닙니다.

 

Q. 노포 식당이 오래가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A. "정성과 인심"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붙이고 싶습니다. 한결같음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재료를 바꾸지 않고, 매일 같은 반찬을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는 루틴이 쌓여 단골 신뢰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그 한결같음을 유지하려면 운영자의 건강과 경영 구조도 함께 버텨줘야 합니다.

 

결론

두 식당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정성과 인심은 분명 맛집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게를 지속시키기에는 현실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김치찌개 집의 경우, 좋은 재료와 직접 담근 김치, 특수부위 활용이라는 맛의 구조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원가율 관리가 함께 가지 않으면 재료 가격이 오르는 시기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된장찌개백반 집은 83세 할머니의 부지런함과 따뜻한 마음이 진심으로 감동적이지만, 지속가능한 운영(sustainable management) — 즉 운영자가 지치지 않고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구조 — 을 갖추는 것도 손님에 대한 또 다른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무언가를 오래 이어가고 싶을 때 이 두 식당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진심은 기본이고, 그 진심이 오래가려면 구조가 받쳐줘야 한다는 것을. 이 두 곳이 각자의 방식으로 더 오래 버텨주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X3wyqEop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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